주불대사관에서 생활법률 책자를 펴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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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불대사관에서 생활법률 책자를 펴낸 이유는?
  • dongpo
  • 승인 2003.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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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이 발행된 해는 1748년, 나폴레옹 법전이 간행된 해는 1804년이다. 그래서 법이 가장 발달한 나라 프랑스를 중국인들은 ‘법국(法國)’이라고 부른다.

그런데도 프랑스의 대학이나 관공서에서 법대로 규정대로 일을 처리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문에 프랑스에 사는 한국 유학생이나 동포들은 큰 혼란에 빠지곤 한다. 이미 2백50여년전에 법의 정신이라는 불후의 저서를 민족 자산으로 가지고 있고 법에 대한 경험이 축적돼 있는 이 나라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들은 인간이 만든 법과 규정이 다시 인간을 구속할 수 있다는 데에 주목한다. 그리고 법을 최일선에서 운용 집행하는 관공서의 창구에서 일하는 직원의 ‘인간적인’ 판단이 개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프랑스 법 운용의 특징으로 법규정의 안팍으로 각각 10%씩의 오차를 인정하는 관행이 생겨난 것이다. 이같은 관행을 이해하지 못해 처음 빠리에 온 유학생들은 종종 “싸데빵”이라는 말을 한다. 모든 것이 경우에 따라 다르다는 뜻의 이말에는 같은 서류도 직원에 따라서 통과되기도 하고 불허되기도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담겨있다. 이 나라에서 외국인으로 살면서 법을 제대로 지키는 것은 다른 나라보다 더 어려울 것은 자명하다.

최근 주프랑스대사관에서 ‘프랑스생활법률안내’를 펴냈다. 신국판 480쪽으로 주택 임차 계약, 체류증 취득, 교통사고시 대처등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대부분 망라했다. 법을 잘 지키며 사는 일이 쉽지 않은 프랑스이기에 이 책의 발간은 더욱 뜻이 깊다. 이 책을 펴내기 위해서 주불대사관은 2001년초부터 2년여에 걸친 작업을 거쳤다. 대사관내에 공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편찬위원회를 설치하고 담당영사가 주무로서 심혈을 기울였다. 번역은 법률 전공 유학생 3명이 참여했으며 편집 전문가도 힘을 모았다. 모든 법을 다 번역할 수는 없으므로 기본 법전 참고 서적을 중심으로 동포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분야를 번역, 요약하고 이를 책자로 편집했다.

그동안 각공관에서 잡다한 정보를 모아 프린트해서 영사과에 비치하는 정도의 사례는 있었지만 이같이 책자의 형식을 갖춰서 공식적으로 발행한 것은 희귀한 사례에 속한다. 대사관이라는 국가기관에서 이같은 다른 나라의 법률정보를 담은 책을 펴내는 데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예상된다. 만일 이 책에 쓰여진대로 했는데 실정은 이와 달라서 일을 그르친 사람이 있다면 국가를 상대로 배상소송을 할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니 외교부 차원도 아니고 한 공관 차원에서 하는 일이라면 어느 공관이 이같은 일에 선뜻 나서려고 하려고 하겠는가.

그러므로 법률편찬작업의 실무책임자인 담당 영사가 얼마나 고심을 했는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주복룡영사는 이 책의 교열작업을 하다가 50세에 나타난다는 어깨 통증 ‘50견’에 걸렸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이 책자에 실린 정보들을 인터넷에서 볼 수 없는 점은 아쉬운 일이다. 국내 출판사에서 발행됐지만 국내의 서점에서 구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주불대사관에 찾아오면 무료로 배포한다지만 다른 나라에서 거주하는 사람은 구입해서 보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 책자의 모체가 된 프랑스 법률안내서의 발행출판사와의 출판계약상의 문제로 이같은 일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보다더 적극적으로 교섭을 해서 이 책의 내용을 인터넷에서도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8매  김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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