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공대 총기참사가 남긴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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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공대 총기참사가 남긴 문제들
  • 정영훈
  • 승인 2007.04.2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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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훈(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총기참사가 일어난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미국사회는 충격으로부터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한 모습이다. 희생자 장례식도 끝났고 학교 수업도 월요일부터 재개되었다. 신문과 방송보도의 머리기사도 다른 내용으로 채워지기 시작하였다.

사건이 처음 보도될 때만해도 한인에 대한 테러나 반감이 생기지나 않을지 걱정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이는 미국사회의 포용력의 크기를 말해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미국에서 총기사고가 흔한 일이다 보니 그 충격이 그리 크지 않았다는 얘기도 된다.

이번 사건은 여러 면에서 미국사회에 반성거리를 제시하였고, 실제로 관련 논쟁이 유발되기도 하였다. 논쟁의 중요한 것은 다음의 두가지였던 것 같다.

먼저 논란이 된 것은 미국의 총기 관리제도였다. 정신병력이 있는 범인 조군에게 총기가 판매되었다는 것이 비판되었고, 총기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무기소지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2조의 규정에 따라 전통적으로 일정한 허가조건을 충족하기만 하면 무기의 구입과 휴대가 가능하게 되어 있다.

이런 전통은 총기매매업자들의 이해와도 연결되어, 매년 총기로 인한 사망자가 2만8천명에 이르는 상황 속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사건후 총기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커지고는 있지만, 그러나 수정헌법 2조가 수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조군과 같은 사회부적응자나 반사회적 인격이상자들에 대한 대응이 적절하였는지 하는 것도 논쟁의 주제가 되었다. 설사 총기사용이 개방되어 있다 해도 그를 사용하는 사람이 분별력을 갖고있다면 이번 같은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군이 정서적-정신적으로 이상조짐이 보였는데도 학교당국이나 경찰 및 법원이 효과적으로 방지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비판되었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이같은 이상인격자들을 어떻게 예방하고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조군을 안아주지 못한 사회에 대한 반성도 있었고(폭력적 전자게임과 같은) 인명을 경시하게 한 주변환경도 지적되었다. 조군의 일탈행동의 배경에 존재하는 이러저러한 요인들에 대한 분석작업이 더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이번 사건이 특히 아팠던 것은 범인이 한인 이민자 1.5세였다는 점이다. 이 사건은 32명이라는 무고한 사람을 죽게하고 그 가족들에게 슬픔을 안겨주었지만 그에 그치지 않고 가해자인 조군과 그 가족 역시 철저하게 파괴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그 부모는 가난을 탈피하고자 미국으로 이민와서 먹고살고 자식들을 키우고자 많은 고생을 하였다. 부부는 밤낮으로 일을 해야 하였고, 그런 고생의 끝이 이제 겨우 보이는가 생각할 시기였다는 것이다.

큰 딸은 명문대를 졸업하여 이민가정의 모범생으로서 자기삶을 개척해가고 있었고, 좁지않은 집도 장만하였으며, 아들 조군 또한 말이 없는 가운데 잘 커주리라 생각하고 있던 터였을 것이다. 그런 부모에게 조군의 행동은 배신이며, 삶의 의욕을 꺽는 일이었을 것이다. 조군의 누나는 동생을 잘 몰랐었다고 말한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빗나가기 시작했을까. 조군의 내성적이고 고립적인 성격을 지적하지만 그런 아이들은 주변에서 흔하게 찾아진다.

동포사회 역시 이 사고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초미의 관심사로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위기감을 모두가 갖고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한인 부모들은 자식의 성공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생활을 감내한다. 그런데 자식은 부모와 상관없이 자기 인생을 살아가려 한다.

교민사회의 미래는 자식세대의 성공여부에 달려있다. 그런데 그 자식농사란 것이 참 어렵다. 이번 버지니아 공대 사건은 자식이 갖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있고, 그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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