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식 행복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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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식 행복찾기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07.04.1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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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행복찾기 열풍이 분다고 한다. 서점가에 행복에 관한 신간 서적들이 넘쳐나고 있고 행복을 찾자는 운동이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고 한다. 행복을 찾아 나선다는 것은 그만큼 이 사회가 행복하지 못하다는 반증의 표시이다. 실제로 최근 조사를 보면 우리의 행복지수는 바닥권을 헤맨다.

영국의 모 대학이 지난해 발표한 행복지수 순위에서 세계 178개국 가운데 한국은 102위를 차지했다. 올해 초 서울복지재단이 발표한 서울시민의 행복지수는 세계 10개 주요도시 가운데 최하위였다. 한국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지수 또한 세계 최고라는 불명예를 얻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불에 이르렀고 민주주의도 정착됐으니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느낄만도 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굳이 객관적인 데이터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한국에서 사는 것은 행복해 보일 수 없다. 초 중 고교생들은 밤늦게까지 학원을 전전하고, 취업은 전쟁이다.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대느라고 허리가 휜다. 집값 폭등은 무주택자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고 직장에서 퇴출되지 않으려는 직장인들의 노력도 피눈물나다.

행복의 개념은 다분히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요인이 크겠지만 행복을 찾기위한 인간의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공리주의자 벤담은 합리적인 사회는 최대다수가 최대의 행복을 누리는 사회라고 규정한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를 지배하는 주류 이념이 되어왔다.

500여년 전 영국의 양심적인 대법관 토머스 모어는 공상소설 ‘유토피아’에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이상사회를 제시했다. 모어가 건설한 유토피아는 6천세대 15만여명이 사는 한반도 절반만한 크기의 섬인데, 이 섬을 다스리는 모든 제도는‘시민의 행복’을 우선으로 두고 제정된다.

모어의 유토피아는 주민자치제를 실시한다. 주민 30세대당 1명의 대표를 뽑아 그들이 총회에서 중요한 안건을 처리한다. 유토피아에서는 사유재산이 없다. 재산이 사유되는 사회, 모든 것이 돈으로 평가되는 사회에서 정의와 번영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화폐도 없다. 돈이 없으면 돈을 얻고자하는 열망이 사라지기 때문에 돈에 얽힌 사기 절도 살인 등의 범죄들이 사라진다는 논리다. 화폐가 없는 대신 자신이 필요한 물품은 언제든지 시장의 상점에 가서 청하기만 하면 된다.

모어는 하루 6시간의 노동을 주장한다. 일상의 노동에서 면제되는 사람은 성직자를 포함한 500명 정도이니 거의 없다고 할 정도의 소수다. 노동력을 평등하게 분배하면 각자의 노동시간은 줄어들게 되고, 여가 시간이 그만큼 늘어 시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유토피아에서는 귀금속은 철보다 못한 가치를 가진다. 금과 은은 노예들이 차는 사슬정도로나 이용될 뿐이다. 따라서 유토피아 인들은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기 위해서 금은으로 온갖 치장을 하는 바깥세계 귀족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외적인 치장을 통해 자신의 부족한 내면을 덮으려는 허위의식에 대한 비판인 것이다.

유토피아인들은 또한 어른들에게 공경하고 양보하는 장유유서를 실현한다. 환자의 행복권을 위해 안락사를 허용했고 종교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종교도 강요하지 않는다. 유토피아는 ‘없다’라는 뜻의 U와 ‘장소’(topia)의 합성어로 ‘어디에도 없는 장소’라는 의미이다.

이런 장소가 있다하더라도 그 속에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진다고 생각하기는 적어도 현재의 관점에서는 어렵다. 사유재산제 폐지와 공동노동 공동분배는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거의 허물어진지 오래다. 하루 6시간 노동과 안락사 허용은 서유럽 일부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경쟁력과 윤리적 차원에서 논쟁의 대상이다. 하지만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모어의 공상이 50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함의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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