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황사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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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황사테러?
  • 정길화
  • 승인 2007.04.1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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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길화(문화방송 PD, 본지 칼럼니스트)
‘봄의 불청객’황사가 3월말 4월초 연 사흘 한국에 몰려왔다. 공교롭게 주말을 끼고 기습을 해 봄맞이 나들이를 준비하던 사람들의 당황과 불만이 컸다. 나는 요즘 일요일이면 한강변 둔치에 조성된 길을 따라 20여 킬로미터씩 5시간 남짓 걷는 도보답사를 운동삼아 즐기는데 황사통에 포기하고 말았다.

황사전용 마스크가 나왔다지만 어쩐지 미심쩍다. 게다가 수 시간을 그렇게 하고 걸어 다닐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임시휴교를 하기도 했는데 황사 전후의 시가지 풍경을 비교해서 보여주는 텔레비전 뉴스를 보니 기가 질렸다. 이렇듯 봄이면 어김없이 황사가 들이닥친다. 우리나라 황사 발생일은 73년 이후 매년 평균 3.6일이며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지난해에는 무려 10일이 넘었다. 한국에 황사가 된통으로 몰려온 것은 2002년 4월로 기억된다.

당시 필자는 공교롭게도 중국 베이징 지역을 여행중이었는데 정말 대낮에 사위가 깜깜해지는 모습을 실제로 보았다. 얼굴에 두건을 차도르처럼 휘감고 다니는 여인들, 차창이 새까매진 풍경을 현지에서 직접 목도했다. 항공기가 제때 이착륙을 못해 귀국 길에는 베이징 공항에서 천진 공항까지 버스로 이동해서 비행기를 타는 고역을 치렀다.

돌아와 보니 한국도 장난이 아니었다. 황사에 대한 놀라움과 두려움이 커진 것은 이때가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에서 황사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본격적으로 나온 것도 이때부터다. 황사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자연현상이지만 최근에 들어 지구 온난화로 더 심해지고 있다.

황사의 근원은 잘 알려진 대로 중국, 몽골 등의 건조한 고원과 사막지대다. 자료에 따르면 한반도에 몰려오는 황사의 발원지는 중국 네이멍구고원이 37%, 황토고원이 19%, 몽골 고비사막이 24%라고 한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서부지역의 개발과 대대적인 벌목이 진행되어 광범한 지역에서 사막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미 중국 전국토 면적의 11.6%(남한 면적의 17배)가 사막화했고 매년 여의도의 6배에 달하는 면적이 사막화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중북부에 위치한 몽골 역시 기후 변화와 유목민들의 과도한 방목 등으로 사막화가 가중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황사를 다루는 기사에는 이들 지역에 대한 원망이 어려 있다. 이번에는 ‘중국발 황사테러’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중국이 고의로 이웃나라를 괴롭히기 위해 무슨 ‘기상무기’처럼 황사 현상을 개발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방치하고 있을 수는 있다는 묘한 불신이 깔려 있다. 발원지에서는 그저 모래와 먼지로 구성된 황사가 중국내륙을 지나면서 오염된 대기와 만나 아주 나쁜 성분의 황사가 되어 한반도 상공에 도달한다는 뉴스에 이르면 급기야 황사 혐오는 중국 혐오로 비화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중국은 황사의 원인제공자기도 하지만 황사의 최대 피해자라는 점이다. 황사로 인한 표토의 훼손이나 건강과 생활상의 피해도 문제지만 경제대국과 우주강국을 꿈꾸는 중국으로서 정밀기기나 첨단항공 및 컴퓨터 산업 등에 황사의 미세먼지가 끼치는 피해는 자못 심각할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일부러 황사를 유발하기야 하겠는가. 다만 결자해지 차원에서 중국 당국에게 보다 책임성 있는 노력을 요구할 수는 있을 것이다.

점점 드세지는 황사를 달랠 방법은 없는가. 장기적으로 이들 지역에 나무를 심고 관개시설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중국, 몽골의 건조 고원지대에 나무를 심는 캠페인이 한국에서도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한 그루 나무를 심겠다는 어느 철학자의 혜안은 탄복할 만하다. 황사는 오랜 시간 한반도에 황토를 뿌려 땅의 산성화를 막아주기도 했다. 바야흐로 황사를 잘 알고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그러기 위해 인간에게는 슬기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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