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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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
  • dongpo
  • 승인 2003.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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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으로 한국의 신문들을 훑어보면 가슴이 섬뜩해질 만큼 많은 자살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어떤 이들은 삶이 고달프고 먹고 살기 어렵다고 비관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취업에 실패해서 비관하기도 하고, 다이어트 실패, 카드 빚, 집단 왕따, 성적 부진 등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그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또 끊으려고 하고 있다.

한국인이라면 누가 보아도 절대 자살이라는 것과는 거리가 있을 현대 정몽헌 회장의 자살 소식은 충격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나이도 있고 사회적 위치와 부와 명성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이런 결정을 내릴 때까지 무수히 많은 고민과 번민 속에서 괴로워했을 것이다. 그를 옭죄게 한 것은 정치였다.

신문을 통해서 이런 일련의 소식들을 접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 언론들이 과연 어떠한 가치관으로 언론 매체를 만들어가고 있는가 하는 것과 사회적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는 무관심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홍콩이 영국으로부터 중국정부로 이양될 당시 이곳의 언론들은 말 그대로 찌라시(신문이 아니라 광고종이 정도) 수준으로 경쟁적으로 왜곡, 과장, 선정 기사를 게재 했다. 어떤 사람이 정치 깡패들에게 칼로 죽임을 당할 때 기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이 장면을 경쟁적으로 취재하여 칼라로 신문의 전면을 장식한 적이 있었다.

우리 한국과 비슷하게 자살 사건이 일어나면 어떻게 구했는지 피흘리는 시신의 얼굴 사진을 아무런 여과 없이 싣기도 했다.

또한, 홍콩시민들은 그런 자체에 대해 냉소적이면서도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신문에 그런 기사가 실려도 늘 보던 기사라서 그런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신문사들은 판매 경쟁에 혈안이 되어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장면을 담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한국의 신문들도 이때의 홍콩 신문들 수준을 따라가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일간지에 정회장의 떨어진 모습을 여과 없이 게재한 신문도 있었고 연일 경쟁이라도 하는 듯 자살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더 친절하게 죽음 직전에 어떻게 행동했고 어떤 방법을 선택 했는지를 아주 자세하게 보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최후의 방법을 선택한 내막을 파헤치려 갖가지 추측기사를 연일 내보내고 있다.

한국인들은 이런 기사들에 익숙해져 알게 모르게 더 자극적인 기사를 찾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한국 사회의 이러한 현상은 한국 사회의 병패를 보여주는 구실을 한다. 그럼에도 한국사회는 그 자살을 단지 개인의 의지와 심성, 그리고 대인관계 등으로 압축하여 문제를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생활을 비관하여 아이들을 창밖으로 버리고 자신도 목숨을 끊은 비정한 어머니에 대해 ‘아이들이 무슨 죄냐? 죽으려면 혼자 죽지’ 등 냉소적인 반응이 더 많다. 또한 어떤 이들은 이들의 죽음을 가지고 말장난을 하거나 한갓 유머꺼리로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그것이 한국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다.

- By James Kim / 2003-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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