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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12.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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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 한국의 제16대 대통령이 선출되는 날이다. 직선제 선거인만큼 분위기도 뜨겁다. 그동안 한국언론은 1강 2중으로 '이회창 대세론'이 우세했으나 지난 11월 16일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가 성공하면서 판세는 역전되어 '노무현 대세론'으로 바뀌기도 했다.
마지막 여론조사 시점인 11월 27일엔 노무현 후보가 약 5% 정도 앞서가고 있었다. 이에 당황한 한나라당과 이 후보는 맹렬한 추격전을 벌이고 있으나 또 다시 불거진 반미시위 등으로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박빙의 승부가 예견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다각적 방법으로 두 후보의 우열을 가려본다. 과연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
<편집자 주>

■ 이념인가? 세대인가?
일반적으로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는 보수적 정책을 지양하고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는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사고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0일 제2차 경제, 과학분야를 중심으로 한 TV 토론에서도 후보들의 성향은 대체로 이와 같았다. 그러므로 이 후보의 지지자는 50대 이상의 장년층에 많고 노 후보는 20대의 청년층에서 적극적이다. 그리고 30대는 대체로 노 후보편에 서고 40대는 이 후보를 선호하나 지금 이 계층이 흔들리며 부동표가 많을 것이라는 예고이다.
한국엔 이념적으로 〈보수〉가 훨씬 우세하다. 이론의 타당성이나 합리성을 판단한 다음에 내린 결정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상황판단에 따른 처세이다. 아마도 연세가 든 사람들은 〈진보〉가 주는 피해를 직접 목격했기에 더욱 움츠려 들 수도 있다. 그리고 군사통치 시대에도 안보이론에 밀린 색깔론 때문에 당했던 경험도 적지 않게 영양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가령 이승만 정권 하에서 '진보당' 조봉암의 사형이나 박정희가 집권하자마자 처형한 '민족일보' 사장 조용수 사건 등은 심리적으로 겁주기엔 충분한 사건이었다. 그저 편안하고 안전하게 살려면 〈보수〉가 최고이며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처럼 나서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또 한번 '빨갱이' 누명을 쓰게 되면 집안이 망하기 때문에 부근에 얼씬도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런 논리가 바뀌고 있다. 바로 광화문의 촛불시위가 그렇다. 여중생 두명이 미군이 운전하던 장갑차에 치여 숨진 것에 대한 항의 성격의 시위가 이제 아주 노골적으로 반미(反美)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도무지 무시할 수 없는 시민들의 저항이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긴급하게 보도할 정도로 사안이 심각하다. 정부가 빌빌대며 미루어왔던 소파개정이 이제 시민의 힘으로 성사 일보 직전이다. 반미가 곧 '빨갱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당당히 외치고 있다. 그것은 그간의 햇볕정책도 무시할 수 없지만 젊은 세대의 자신감의 표출이기도 하다.

■ 지역감정은 사라지나?
한국의 선거에서 가장 큰 변수는 아마 지역감정일 것이다. 박정희의 3공부터 시작된 이 감정은 이성적 판단을 못하게 한다. 평소엔 그렇지 않더라도 막상 선거 당일엔 "우리가 남이가?"하는 구호로 모든 이유를 압살해 버린다. 김대중 대통령이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하다. 또한 가장 시혜를 많이 보기도 했다. 호남에서는 무조건 "선생님"이고 좌고우면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바로 이 점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결국 이런 정서로 한나라당은 현재 영남지역을 거의 자신의 텃밭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 조짐도 지금 심상치 않다. 우선 노무현 후보가 부산지역에서 부산상고를 졸업하였고 국회의원도 여러번 나왔다. 당시 지역감정에 내몰린 유권자들이 노 후보를 당선시키진 않았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그래도 노무현 한명 정도는 국회의원으로 키워야 하는데 너무 했다"면서 아쉬운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이제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어 돌아왔으니 그야말로 〈사자새 X〉로 성장한 것이다. 당연히 표심이 흔들린다. 그리고 김해가 부인 권양숙의 고향이고 또 울산은 정몽준 후보의 아성이다. 결국 부산과 경남의 유권자들이 이회창 후보만을 고집하지 않게 된 사연이 발생한 것이다. 울산의 정몽준은 포항의 박태준처럼 난공불락의 아성이다. 이리저리 신세를 진 사람들도 많아 인정 많은 한국사람들이 절대 잊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노 후보가 그동안 줄기차게 부르짖고 또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민주당의 부산지역 국회의원으로 도전해 온 열매가 이제 맺어지려는 것이다.
부산, 경남의 기초자치단체장은 20명에서 16명이, 도의원 45명중에서 41명이, 그리고 국회의원은 38석 중 37석이 한나라당이니 이는 텃밭을 넘어 아예 안방이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 노무현 바람이 솔솔 불더니 이제 강풍의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보도이다. 물론 당일 날 바람이 가장 무섭다. "그래도 이회창", 아니면 "노무현도 우리 편" 두 정서가 어떻게 될 것인가가 관건이다.

■ 귀족이냐? 서민이냐?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의 성장배경 또한 확연히 다르다. 이 후보는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를 졸업한 소위 KS 마크로 주변인사들도 거의 그렇다. 그리고 판사와 대법관을 거쳐 감사원장과 총리 그리고 국회의원과 대통령 후보, 당총재 또 대통령 후보로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이에 비해 노 후보는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였을 뿐이고 사시에 합격하여 판사와 변호사를 한 다음 국회의원이 되었고 지역감정 해소를 한다고 노력하였으나 계속 떨어지고 해양수산부 장관, 최고위원 그리고 후보가 되었다. 노 후보는 이 후보에게 학교에서부터 모든 직급이 한단계씩 아래임엔 틀림없다. 대학교와 고등학교, 대법관과 판사, 총리와 장관, 당총재와 최고위원 이렇게 한급씩 처지고 있었지만 이제 같이 대통령 후보가 되어 대등한 싸움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도 이런 차이에는 무신경하다. 걸어 온 과거가 문제가 아닌 살아 갈 앞길에 대해 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후보는 중산층 이상에서 지지가 많고 노 후보는 서민대중에 지지가 많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노 후보는 이 부분에서 민노당의 권영길 후보가 부담이 되고 있다. 같은 성향의 표가 분산되기 때문이다.

■ 빅쇼가 될 것
두 후보의 진검승부가 하도 치열하니 민주당을 탈당하며 이회창 후보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이인제 후보와 자민련도 이제 중립의 자세에서 관망을 하고 있다. 서두를 필요가 없고 강한 편과 협상하는 것이 유리하고 조금 있으면 몸값이 치솟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팽팽하면 작은 힘도 큰 결과를 유도할 것이기 때문에 그 때까지 기다릴 모양이다.
아무튼 현재 두 후보의 일정은 새벽부터 빽빽하게 짜여져 있고 연일 강행군이다. 이 후보는 젊은층에 다가서기 위해 빨간색 잠바를 입고 대학로, 신촌, 광화문 어디든지 달려간다. 자신이 귀족적이거나 권위적인 사람이 아닌 평범하고 부드럽고 따뜻한 사람이란 이미지를 심기 위해서이다.
노 후보도 마찬가지이다. 재벌에 대한 정책이나 분배정책, 또 수도권의 충청도 이양 등의 공약으로 보수층에게 접근하고 있다. 자신이 과격하지 않으며 반미주의자가 아니라는 사실도 이번에 보여주었다. 즉 소파개정에 관해 민주당은 김석수 총리를 찾아가 소파개정을 강력히 촉구하였으나 노 후보는 '여중생 사망사건 범국민대책위'가 작성한 서약서에 서명도 하지 않았고 시위나 집회 참여도 피하고 있다. 이것도 유권자들이 헷갈리는 부분이다. 당연히 이런 일은 이회창 후보가 할 일인 것 같은데 정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념. 세대. 지역. 성장배경 등 이런저런 요소들이 완전히 대비되는 두 후보간의 선거는 사상 유례없는 빅쇼가 될 것이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했다. 다만 새 대통령은 정말 비전 있는 한국과 부패 없는 나라로 만들어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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