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남은여생 민중위해 한 번~"
icon 장동만
icon 2005-02-02 19:38:54
첨부파일 : -
“남은여생 민중위해 한번 ~”

이번에 이기준 교육부 장관이 또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 ‘사흘 장관’으로 물러났다. 전에 진대제 장관, 장 상 총리서리 경우 등과 마찬가지로 그 전반적인 상황이 모두 엇비슷하다. 재테크를 위해 땅과 아파트에 투자를 했고, 아들 딸들이 이중 국적 또는 병역 기피/미필 이며, 그 와중에서 탈법 또는 편법 행위를 했다는 것이 그 주요 골자다. 시대가 바뀌고 있는데 이렇게 윤리 도덕적 흠결이 많은 사람이 어떻게 ‘지도자’가 될 수 있느냐? 하는 빗발치는 여론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번 생각해 보자.
지금 한국의 60대, 또는 그 이상의 사람들 치고, 이 같이 엄격한 윤리 도덕적 잣대를 갖다 댈 때, 과연 ‘깨끗한 사람’ ‘완전무결한 사람’ ‘청렴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특히 고등 교육을 받고, 해외 유학을 하고, 그만한 경력을 쌓은 지도급 인사들의 경우, 과연 “나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자 있을 것이냐?”고 자신있게 나설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인가? 의문이다. 그런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은, 필자의 한국에서의 경험 그리고 그 동안 수 많은 고국 사람 들로부터 숱하게 듣고 보아 온 이야기에 비추어서다.

다시 옛날 얘기를 좀 해보자.
지금 한국의 60대 이상 세대들이 과연 어떤 일생을 살아온 사람들인가?
8 .15 전후 그 궁핍 속에서 태어났다. 곧 이어 6.25 동란, 춥고 배곺음이 어떤 것인가를 몸소 겪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 전쟁이라는 한계 상황을 체험한 그들,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서, 내가 살아 남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뼈 아프게 절감했다. 이들이 생활 전선에 나섰을 때 한국의 1인당 GNP는 $100. 안팎, 당시 어떤 외국 언론은 “한국의 공무원들이 그 봉급으로 살아가는 것은 불가사의” 라는 말까지 할 정도였다.

한편 해방, 동란, 학생 의거, 군사 쿠데타로 이어지는 극도의 혼란과 혼돈의 시대, 사회는 온갖 부정과 부패, 비리와 협잡, 비합리와 비상식이 판을 쳤다. 그들이 이러한 사회 구조 속에서 당장 의식주를 해결하고, 자식 교육시키고 살아가려니 물불을 가릴 겨를이 없었다. 시와 비, 정과 사를 따지기 전에 지연, 학연, 혈연등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 같은 풍조가 사회를 휩쓸다 보니, 나도 그 물결에 휩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일컬어 한국적’ 관행’에 따라 살 수 밖에 없었고,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너 나, 모두 그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지도자의 청렴과 결백이 요구되는 시대, 여기서 문제가 어려워진다. 소위 지도급 인사들의 경우, 그 같은 사회에서 그들이 그만한 교육, 그만한 경력, 그만한 부를 쌓기 위해서는 그렇지 못한 보통 사람들 보다 훨씬 더 많이 이같은 한국적 ‘관행의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 하면 지위가 높아 갈쑤록, 부가 많아 질쑤록, 기회는 더 좁아지고 경쟁은 더 치열 해지며, 그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자면, 그 ’한국적 관행’을 더욱 더 이용하고 동원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그들의 배운 지식, 쌓은 경력, 그 경력에서 오는 행정 수완등을 필요로 하니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그 사람들의 아는 지식, 쌓은 경력, 업무수행 능력을 우리가 진정 필요로 한다면, 그리고 그들이 “해서는 안된다 (must not)”는 법을 크게 어긴 범죄 기록이 없다면, 과거 ‘관행의 상처’에 대한 윤리 도덕적 잣대는 어느 정도 덮어 두기로 하자. 이는 비윤리적 비도덕적 행위에 눈감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이 단계에서 그들의 지식, 경력, 능력의 활용이 아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대신, 그 사람들을 우리가 ‘새 사람’으로 만들어 지혜롭게 ‘부려 먹기’로 하자.

그 구체적인 방안의 하나로, 그런 사람들이 공직을 맡을 때, “국민 앞에 각서 (Pledge to People)”를 쓰게 하자. “본인은 과거 ‘관행’에서 받은 ‘상처’가 있지만…이제부턴 일체의 사리 사욕 없이…오직 맡은 바 임무에 전심 전력, 헌신할 것을 민중 앞에 맹세한다.” 이 같은 각서를 임명권자 및 국회 청문회 때 제출케 하고, 신문 지상을 통해 널리 세상에 공포케 하자. 그리고 시민 단체들이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밀착 감시하자.

이제 자식들을 다 키우고 노후에 대처할 준비가 끝난 사람들, 그리해서 가정적 경제적으로 아무 부담이 없는 사람들, 그들이 진정 남은 여생의 보람으로 “민중을 위해 한 번 봉사~” 하는 결의만 다진다면, 그들이야 말로 우리가 ‘부려 먹기’에 더 할 수 없이 좋은 조건의 사람들이 아닌가. <자유 기고가>
<중앙일보 (뉴욕판) 01/21/05 일자>
http://kr.blog.yahoo.com/dongman1936
2005-02-02 19:38:54
141.150.75.199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