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어느 교민이 보내온 글>
섣달 그믐날 밤에
머리 들어 밖을 보니 마음은 고향
오늘처럼 내 고향에도 함박눈이 오겠지
동구 밖 언덕위에 서 계실 어머님께서는
이 못난 자식이 이제 저제 오나 기다리실께고
뒷동산 까치소리에 행여나 하시고…….
저 길 모퉁이에 오는 애가 나 막내 아이 아닌지?
희미해진 눈망울 속에 하염없이 기다리시다가
다리 절며 몇 번이고 뒤돌아보실 어머님 생각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어 앞을 막는다.
아! 이역만리 모스크바에서 섣달 그믐날 밤에
사랑하는 어머니의 안부를 묻는다.
시베리아 거친 바람이 내일이면 내 고향으로 갈까나?
눈 내린 자작나무 숲은 아직도 훤한데…….
한 잠도 잠을 잘 수 없었던 어린시절의 그리운 추억
초가지붕 위에는 흰눈내리고 희미한 호롱불 밑에서.오늘 잠자면 막내야
눈썹이 하얗게 센다며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며
형과 나의 자애스런 손길과 따뜻한 눈가의 웃음
이 섣달 그믐달 밤에 이국의 하늘에서
사랑하는 어머님의 안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