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까마귀 둥지(16)
icon 까마귀
icon 2006-01-20 20:37:58
첨부파일 : -
까마귀 둥지(16) -



처녀동무들 너무 좋아하지 마십시오..^^

저기 데모 행열에 끼워있는 남성동무들 보이지요. 행열 속에 눈에 익은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까. 자세히 보시면 적어도 사돈에 팔촌은 찾아낼 겁니다.

국제결혼소개소로 발걸음을 옴기던 영이와 연이가 나란히 서서 구경하고 있습니다.

- 저기 앞장에 서서 프랑카트를 든 남자, 우리 마을 똥팔이 아니야?

- 맞어. 걔는 싸움할 때 언제나 앞에서 달리더니, 데모도 제일 앞에서 하는 구나.. 호호호..

- 연이야, 똥팔이 뒤에 선 남자, 너네 외삼촌 아니야?

- 어머, 그래, 우리 작은 삼촌이다. 호호.. 삼촌도 참, 하기야 마흔이 멀지 않으니 급하기도 하겠지.

- 집안 망신 시키지 말고, 빨리 찾아보내라.

- 눈이 얼마나 높은지 알어.. 호호.. 잠깐, 저기 봐. 영이야, 저기 앞에 선 키큰 남자 너네 오빠 아니야.

전번에 선 본다더니 또 튕겼니. 호호호…

- 선은 뭐 한두번 봤니? 근데 우리 오빠 곁에 있는 어린애는 누구야. 니 사촌동생 아니야. 호호호…

- 어디? 헉, 저 놈은 왜 저기 끼워있지. 어린 놈이 벌써부터 장가 비위 났구나.

- 하하… 연이야, 저건 누구야. 우리 한반 동창 아니야? 옛날에 너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애 말이다.

- 글쎄, 이름이 뭐더라.


*


이름이 뭐겠습니까. 노총각이지..^^

장가 못간 이유는 하나가 아니겠지만, 장가 못간 결과 모두 노총각이 되어버렸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저기 데모행열 속의 노총각들은 바로 여러분들의 삼촌, 오빠, 동생들, 그리고 동창들입니다.

여러분들은 웃음이 나옵니까. 나는 눈물이 나옵니다.

데모는 남자들이 하고 구경은 여러분들이 하지만, 사실 우리 남자들의 문제자 바로 여러분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 집안 일이고, 우리 마을 일이고, 우리 200만 조선족의 일입니다.

여러분들은 저 행렬 속의 총각들에게 시집가기 싨습니까. 왜 말이 없습니까. 말이 없는 거 보니 싫다는 소린데...

처녀동무들, 남성동무들에게 좀 자비를 베프소서.

여러분들은 남자들이 불쌍하지 않습니까. 여러분들의 모성애는 어디로 갔습니까. 여러분들의 그 흔한 눈물은 어디로 갔는가 말입니다.

여러분들은 그래도 한국으로 시집가고 싶습니까.

까옥~ 까옥~


*


여러분들은 결혼이란 뭐라고 생각합니까.

인생대사라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혼자 살자니 심심해서 가는 겁니까. 우리 집 일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나 개인의 일이라고 생각합니까.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겠지요.

예를 들면, 남자가 생각하는 결혼과 여자가 생각하는 결혼이 전혀 다를 수가 있습니다. 여자는 시집가고, 남자는 장가를 갑니다.

시집이나 장가나 모두 결혼이지만 제가 생각하는 결혼은 좀 다릅니다. 여러분들은 결혼이란 투자라고 생각한 적 있습니까.

예를 들어 주식투자 같은 거 말입니다.

저는 결혼이란 앞날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즉 비지니스 행위입니다. 비지니스는 성공할 때도 있고 싶패할 때도 있습니다.

때문에 현실에는 이혼이 존재합니다.

사업에서 잘못 투자하면 금전을 날리지만, 결혼에서 잘못 투자하면 인생이 흔들립니다. 특히 장가가는 분들보다 시집가는 분들의 경우가 더 한것 같습니다.

때문에 투자는 꼭 신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중국말에는 ‘멍멍이에게 시집가면 멍멍이와 살고, 닭에게 시집가면 닭과 살라.’란 말이 있습니다. 멍멍인가, 닭인가, 선택에 따라 인생이 변합니다.

요즘 세상을 보면 돈을 첫째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실은 돈보다 사람이 우선이 아닐까요. 돈은 벌면 되지만 인간성이란 마음대로 좌우지 되는 거 아닙니다.

돈이 하늘만큼 많은 재벌집으로 시집간 여자들도 이혼을 합니다. 잘 사는 한국으로 시집간 우리 고향처녀들의 이혼율도 낮은 거 아닌 것 같습니다.

어느 뉴스에선가, 한국남자들에게 시집온 외국인 아내들 10명중 8명이 “한국남자와 다시 결혼안할래요.”라고 말했답니다.

이건 내가 지어낸 말이 아닙니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이사장 최정화·崔楨禾)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7일까지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남녀 100명(남자 52명, 여자 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입니다.

대신 한국여자들은 남자들보다는 환영을 받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10명중 8명이 투자에 실패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럴수도 있겠지요. 사랑을 전제로 결혼한 사람들도 이혼을 자주 하니깐요..^^

때로는 돈을 전제로 한 결혼이 더 오래갈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지만... 훔쳐보면 역시 나의 착각이었습니다.

결혼생활에서 많은 걸 양보를 해야되니깐요.

물은 아래로 흐르고, 나무는 위로 자라고, 흉부는 놀부가 부럽겠지만, 부러우면 열심히 노력해야지요.

저는 행복이란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는 거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한민국으로 시집가는 분들은 너무 돈돈 하다보면 판단에 실수가 생길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한국시집살이에 어지간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금부터 대한민국에 대해서 제가 좀 얘기해드리겠습니다만, 우선 우리 자신을 돌아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여러분, 우리는 누굽니까. 자랑찬 중국 조선족이지요. 어느 정도 자랑찬 걸까요. 여러분들은 생각해보셨습니까.

조선족이 조선족에게 물어봅시다. 우리는 중국사람입니까. 한국사람입니까.

사실 요즘 세상에 한국사람이면 어떻고 중국사람이면 어떻습니까. 요즘이 어떤 세상입니다. 일본에 가서 일본사람이 될수도 있고, 미국으로 가서 미국국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재미교포의 대부분이 해방 뒤,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인입니다.

요즘 세상에 재간만 있으면 어디가 살든지 내맘입니다. 그 놈의 국적이 그리 중요합니까. 중요한 건 어디로 나의 나의 뿌리만을 마음 속에 소중히 간직하면 되는 겁니다.

우리 중국조선족에는 나와 같이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시집 가는 것이 중요하지 이런 거는 사실 별로 중요한 거 아니지요..^^

그러나 만일 한국으로 시집간다면 알아둘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의 원만한 시집살이를 위해서, 실수 없는 한국사회진출을 위하여.

왠가면, 대한민국에서 우리 남자들은 죽기 전에는 조선족이란 상놈에서 벗어나기 힘들지만, 여러분들은 다릅니다.

‘시집’가기 때문입니다.


*



시집가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완전히 그쪽 사람이 되는 겁니다.

때문에 중국도 잊고 조선족도 잊을 필요가 있습니다. 남편과 싸우다가 화가 꼭두에 미쳐도 절대 나는 중국사람이라고 해서는 안됩니다.

결혼생활에서 무턱대고 ‘이혼’이란 말을 꺼내서 안되는 것처럼, 싸우더라도 ‘중국사람’이란 말을 꺼내서는 안 됩니다.

알만하시겠지요..^^

그만큼 대한민국 국민들은 애국자이고, 때문에 대한민국이 오늘의 발전과 번영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여러분들의 그 자존심을 다쳐서는 안됩니다.

특히 조선족의 입장에서 그러면 더 안됩니다..^^

요즘 우리 조선족은 참 묘한 위치에 있습니다. 먼 옛날에 3.8선이 없을 때, 조선반도가 대국들 사이에 끼워 신음소리를 내는 것처럼, 우리가 바로 같은 방식으로 신음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시각을 바꿔서 보면 재미나기도 합니다.

한국이 서서히 경제강국으로 부상하면서, 중국사람들이 한국을 보는 눈이 달라졌고, 형제처럼 지내던 우리를 보는 눈 역시 달라졌습니다.

위에서 말했지만, 우리는 중국에서 자랑찬 민족으로서 정치, 문화,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자랑스러운 존재로 자리매김을 했습니다.

이 나라의 해방과 건설에 우리 조선족들도 공헌을 많이 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기 뿌리를 잊은 적이 없습니다.

예를 들면, 월드컵 때 대한민국을 응원하고, 중국의 CCTV의 한국비하 발언에, 흥분하는 ‘반역자’가 바로 우리의 진정한 모습이었습니다.

어릴 때, 이불 속에서 라디오를 끌어안고, KBS 방송을 듣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런가면, 한국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는 대체 뭘까요.

중국사람인가, 한국사람인가.

많은 한국분들이 마음 속으로는 우리의 뿌리를 긍정하지만, 우리를 이해하는 거는 아닙니다. 우리 자신 역시 조선족이란 정체성에 대해 확실한 원칙이 없습니다.

유감스럽게 우리가 뿌리라고 찾아간 고국은 역시 자신의 정체성에 관해 확고한 원칙이 서있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아직까지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서서히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과정에 있습니다. 한국사람들도 우리를 완전히 포옹할 여유가 있는 거 아닙니다.

조선족이란 존재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들이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많거니와 부정적인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이란 나라도, 남의 땅에서 자랑스럽게 자란 우리도 결국은 모두 정체성문제 때문에 머리가 아픕니다.

한 마디로 훈민정음을 사용하는 전체 한민족이 좌충우돌하고 있습니다.

확실하지 않은 정체성이 서로 만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그건 운에 맞기지만, 운이 나쁘면 교통사고에서 말하는 정면충돌입니다.

나도 죽고, 너도 죽고, 자동차는 찌그러들고, 사고 하나로 인생을 망치게 됩니다.

조선족과 대한민국 사이에 ‘사기’란 사고 하나 때문에 심한 갈등이 생겼고, 대한민국에서 조선족은 밑바닥의 존재가 되었고, 연변에서도 한국인 역시 반갑지 않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누구 탓 할 것도 없습니다..^^

현실 속에 한민족은 여러 조각으로 갈라져 살고 있습니다. 통일이란 3.8선 하나의 문제가 아닙니다.

통일의 주체가 될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여유가 모자랍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도 그 발전 속도를 보면 이미 대단한 성과를 거둔 거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까지 현실입니다. 현실 속에서 살고 있는 거지, 꿈 속에서 사는 거 아닙니다. 현실을 떠난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


남녀의 결혼도 역시 이와 같은 예에 포함됩니다.

호상 불투명한 두 개체가 만남으로서 한개 가정을 이루게 되는데, 조선족여자와 한국남자가 결혼한다면 국제결혼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중국국적에 한국국적이 겹쳤으니 국제결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조상을 모시고 있습니다. 무슨 김씨에, 무슨 박씨에, 무슨 이씨에, 무슨 최씨입니다.

그리고 김치도 먹고, 찌게도 먹고, 먹을줄만 아는 것이 아니라 만들 줄도 압니다. 이렇게 같은 점이 많으니 국제결혼이 아니라, 아랫 마을 처녀와 결혼한 것 같겠지요.

때문에 조선족처녀들을 찾는 한국남자들도 큰 부담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언어상 교류는 막힘이 없습니다.

때문에 싸움하면 더 치열하겠지요..^^

싸움은 또 왜 할까요? 이혼은 왜 할까요? 사기결혼인가요? 위장결혼인가요? 차라레 언어장애라도 있었으면 싸움도 안 하고, 대신 호상 존경심도 생기지 않을까.

이유가 무엇이든가에 투자는 신중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한국시집 가도 되지만, 꼭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혼이란 두 사람의 일이고, 나아가서는 두 가족의 일이기에 실패하면 상처 받는 건 어느 한쪽뿐이 아닙니다.

마음 고생 없는 결혼이 최고 행복한 결혼이 아닐까요.

여러분, 마음 고생하고 싶지 않으면 나에게 시집오십시오..^^

돈은 없어도 마음고생 하나만은 안 시킬겁니다. 우리 고향의 총각들에게 여러분들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압니까. 시어머니에게는 또 얼마나 귀중한 존재이고, 시아버지에게는 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일까요.

여러분들은 존재의 가치를 확인하고 싶지 않습니까.

어험, 나에게 시집오면 그 가치를 확인시켜 주리라. ‘존재의 이유’란 어떤 것인지 행동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이 자리에서 제가 담보합니다. 감기에 걸린 어머니를 대신해서 약속합니다. 우리 어머니 며느리 보고싶어 죽습니다. 매일 그 잘난 글은 그만 쓰고 빨리 장가가라고 야단입니다.

그러니 우리들에게 시집오면, 시어머니들 얼마나 고와하겠습니까! 시아버지들 또 며느리를 얼마나 고와한다고요. 시누이들도 형님을 얼마나 따른다고요.

언제 한번 장가간 친구집에 놀라갔는데, 그집 며느리가 시아버지하고 니 한잔 내 한잔 하며 둘이 맥주를 마시지 않습니까! 얼마나 현명한 시아버지신가...

그렇지만...

한국으로 시집가면 어디 이렇게 좋은 시아버지가 있겠습니까! 며느리가 어디 감히 시아버지하고 맥주시합을. 큰일 나지요.

마지막으로, 위장결혼도 결혼이니 신중히 하시구요..^^


*


하고 싶은 말은 얼마든지 있지만... 오늘은 많이 지쳤습니다. 장가갈려고 이렇게 힘을 빼본적은 처음입니다. 10년 감수한 것 같습니다.

노총각이 10년 감수하면 되가 되지요.

총각귀신..^^

자, 그만 웃고요. 나의 열정이 여러분들을 감동시키지 못했다면 콱 한국에 시집가십시오. 제가 화나서 그러는게 아니라...

어험... 한번 실패하면 두번 다시 [여성초혼]에 등록할 자격을 잃고 맙니다. 죄송하지만 [여성재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변호사의 눈에는 범죄만 보이고, 의사의 눈에는 병자만 보이고, 농부의 눈에는 곡식밖에 안 보인다고 합니다.

장가 못간 노총각의 눈에는 뭐가 보일까요.

여자밖에 있겠습니까.

10분 휴식하고, 쉬~ 하고 돌아와서 연변대학에서 제일 예쁘고 똑똑한 아가씨의 질문을 받겠습니다..^^




^^
2006-01-20 20:37:58
221.133.185.73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