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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둥지(연재2)
icon 까마귀
icon 2005-11-08 19: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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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둥지 (연재2)


온 저녁 작전을 짰습니다. 오랜만에 열정에 넘쳐있는 도리입니다. 어디서 그런 열정이 나오는지, 그 열정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도리는 장가가고 싶지 않아 혼자 사는 거 아닙니다. 여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상주의자 도리는 작가지망생입니다.

여러 분들 주위에도 이상주의자가 있지요. 바보 같아 보이고, 정신이 이상해 보이고, 철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 그럼에도 세상에 자기밖에 없다는 듯이 하늘만 쳐다봅니다. 어지간한 여자는 눈에도 안 찹니다.

한심하지요..^^

도리도 같은 부류의 사람입니다. 같은 인간으로서, 그리고 서방 못간 노총각으로서, 도리는 막다른 골목이란 생각은 없어도, 여자 생각만은 자주 합니다. 특히 글이 안 될 때, 모두 여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에 실패한 남자가 아내와 행패를 부리는 것처럼...^^

그 괴로운 마음 잘 알지만, 생각해보니 역시 여자 문제가 틀림없습니다. 장가가고 싶은 거 억지로 꾹 참고 있은 것 같습니다.

넘 참으면 병이 나는데..ㅎㅎ.

사실 요즘 날씨가 추워나며 이상한 생각 많이 합니다. 여자 목소리를 듣고 싶은 생각에, 여자 얼굴 보고 싶은 충동에, 포르노 테프 빌여올까. 생각이 심해지면 신경이 예민해져 새벽까지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며 정신이 말똥해서 먼 옛날에 바람같이 스쳐 지나간 여자들을 하나 하나 눈앞에 그려봅니다.

그럼 어느새 동녘이 서서히 밝아오고, 찬란히 솟아오르는 아침해와 교대로 잠에 빠지지만, 잠이 들면 또 이상한 꿈이 사람을 괴롭힙니다. 온밤 이상한 꿈에 시달리다 오후 2,3시쯤 잠에서 깨어나면 언제나 베개를 꼭 안고 있었습니다.

다음부터는 온 하루 글 쓰고 싶은 마음도, 살고 싶은 생각도, 아무 생각도 없습니다. 미치고 환장하겠습니다.

시시한 얘기는 이만 하고..^^

장가 가기로 결심했으니 여자를 꼬셔야 할 거 아닙니까. 대상이 여자니 할 일이 참 많습니다. 우선 자신을 빈틈없이 꾸밀 필요를 느꼈습니다. 속이야 텅빈 항아리가 아니니 자신이 있습니다. 문제는 속이란 환히 보여줄 수 있는 물건도 아니고, 쉽게 보여줘도 안 된다는 겁니다.

겉포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멋진 옷이 있어도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없었고, 멋진 머리 스타일을 하고 싶어도 누구를 위해 해야하는지 몰랐었습니다. 그러나 이번만은 목표가 확실합니다.

어머니의 며느릿감을 위하여..^^ 언제 만날지 모르는 사랑하는 님을 위하여..^^

이튿 날, 난 용케도 남들이 출근하는 시간에 깨어났습니다. 여자의 매력이란 바로 이런 가 아닌가 싶습니다. 남자의 매력 역시 비슷한 거 아닐까요..^^

디게 복잡한 생각을 하면서, 자기 전에 메모해 놓은 종이쪼각을 들고 문을 나섭니다.

생각밖에 날씨가 참 좋습니다. 시원한 겨울 바람을 맞으니 막 날 것 같습니다. 그런 기분으로 개팔이처럼 온 하루 북경시내를 누비며 백화점을 싸다녔습니다.

북경의 백화점, 생각밖에 환하고 괜찮네요. 여기 저기 둘러보니 볼만 합니다. 그저 서비스가 좀 좋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만, 한국처럼 한번 올림픽대회를 하면 좋아질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북경바닥을 싹 쓸면서 필요한 물건을 장만했습니다. 로숀, 크림, 분, 연지, 가짜 눈섭... 그리고 굽 높은 구두, 까만 외투, 색 안경, 그리고 또 뭐더라.

미용원에 가서 텁수룩한 머리를 짧게 깍았습니다. 수염도 깨끗이 밀어버렸습니다. 거울 앞에 서서 비춰보니 정신이 납니다. 작은 눈이 눈에 거슬렸지만, 그래도 잘 보이기만 하니 됐습니다.

부끄럽지 않으면야 성형외과에 가서 눈 위에 즈름을 하나 더 만들고 싶지만..^^

그래도 거울 앞에 선 나는 너무 멋집니다. 나 자신이 멋지다고 생각할 정도니, 다른 사람들이야 할 말이 없지요.

내가 문을 나설 때, 미용원 아가씨가 문을 열어주며 미소를 짓습니다. 그 미소의 뜻 알만합니다.

- 털 벗었네.

집에 돌아와 다시 거울 앞에 섭니다. 역시 만족입니다. 별난 기분입니다. 기분으로는 어지간한 장가는 열번은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백번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외모는 이만하면 됐고 다음은, 정말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담배 한대 꼬나물고 북향 바람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 우리 도리님, 사유가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니 다행입니다.

그 만큼 운동은 싫어하지만...^^

순간, 직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자를 꼬시는데 꼭 직업이 필요한 거는 아니지만, 결혼을 상대로 여자를 꼬실려면 무엇보다도 고정직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10년 정도 먹고 살만한 저금이 있으면 또 모르겠지만, 사실 난 거지나 다름없습니다.

이 집도 형의 집을 공짜로 빌려 살고 있습니다.

빈털털이인 나는 고정수입이 필요했습니다. 결혼해서 하루만 살 거 아니지 않습니다. 여자에게 기댄 다는 것도 말이 아닙니다. 어느 여자가 나에게 어깨를 빌려줄까. 대신 어깨를 빌여달라고 할건데.

여자들은 살다 바쁘면 남자가 생각난답니다. 정말인지 좀 연구해봐야겠지만..^^

일본에서 공부할 때, 한 연구실에 1년 선배인 예쁜 일본아가씨가 있었는데, 졸업하게 되자 졸업하면 어디로 가는가고 물으니, 단마디로 시집 간 답니다.

하도 당당하게 나와서 할 말을 잊고 멍하니 그녀를 바라봅니다. 그때, 처음 여자란 동물은 역시 남자(동물)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 후부터 아르바이트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습니다. 여자가 부러워 못살겠습니다. 난생 처음 여자에게 콤플렉스를 느꼈습니다. 어릴 때 여자가 좋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지만, 그때는 여자의 꽃치마가 부러웠을 뿐입니다.

살다 보니, 세상살이는 여자가 남자보다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아, 나도 애를 낳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고 싶어. 나를 공짜로 먹여줄 여자, 돈 많고 마음도 넒은 그런 사랑스러운 여자가 없을까.

시시한 얘기는 이만 하고..^^

직업은 천천히 찾기로 하고, 우선 명함부터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웃지 마세요..^^ 작전을 위해 할 수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와 한 약속입니다. 인 지키면 난 부끄러워 죽습니다.

우리 엄마 공산당원이고 인민대표입니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빨갱이에 국회의원인가..^^

그리고 시작한 바에는 꼭 이겨야 할 거 아닙니까. 이기기 위해선 수단을 가리지 않을 겁니다. 허위적으로 노는 건 어딘가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만일이라도 직업때문에 탈이 나면 재미가 덜 하지요.

나의 성격은 실수를 용서 못합니다. 특히 작은 문제에서 일어난 실수는 더욱 용서 못합니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 사이에 허위가 있으면 얼마나 있겠습니까. 우리 남자들은 그래도 여자들보다 많이 솔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난 쌍겹풀도 안했을 뿐만아니라, 온몸의 어느 한 곳에도 칼을 댄 곳이 없습니다. 오리지널 남자란 말입니다.

믿어지지 않으면 신체검사 해볼까요..^^

그리고...

우리 말에 '백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 고 했지요. 마음에 드는 여자가 나지면 나도 한 백번 찍어볼 겁니다. 넘어지는가 안 넘어지는가. 근데, 백번 찍기 전에 '스토커'혐의로 경찰에게 잡히지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하면서, 한시간 동안 열심히 명함장 샴풀을 만들었습니다. 다 만든 샴풀을 들고 거리에 달아나가 명함장 100장을 주문했습니다. 명함장 주인보고 빨리 해달라고 하니, 웃으며 대답합니다.

- 작가선생님, 알겠습니다. 내일 오후면 어떻습니까.

돌아오는 길에, 다음은 뭐가 모자랄까 생각합니다.

가정조건을 말하면, 정치가 가정도 아니고, 깡패 가정도 아닌 훈장가정이니 이만하면 괜찮고, 석사 학위에 금칠까지 했으니 학력은 너무 우수했고, 애호는 다방면, 악기도 잘 다루고,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추고... 하여튼 모르는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글도 잘 쓰고, 제 앞의 말도 할줄 압니다.

구들에 쭉 늘어놓고 보니 모자란 거 하나도 없습니다. 이만하면 너무 우수합니다. 이렇게 우수한 사람이 왜 장가 못 갔을가. 정말 세상일이란 알 수가 없습니다. 여러 분들도 자주 이런 생각을 합니까. 딱 같은 생각이 아니여도, 비슷한 생각을 말입니다.

예를 들어..^^

개학 첫날, 교실에 앉아 선생님의 강의는 안 듣고 멋없이 창밖의 화창한 봄경치를 바라보며 상념에 빠진 여학생이 있다고 합시다. 담담한 그녀의 얼굴 표정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녀는 지난 방학생활을 총결 짓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생각합니다.

- 난 왜 첫날 밤을 위해 소중히 간직해왔던 정조를 훌떡 그 사람에게 줘버렸을까. 바보...
2005-11-08 19: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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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귀 2005-11-17 17:39:28
죄송..^^

관리자 2005-11-17 00:28:47
인제 그만쓰시기로 했는지요? 다음글이 안오네요...'연변통신'가서 봐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