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까마귀 둥지(연재1)
icon 까마귀
icon 2005-11-09 20:29:43
첨부파일 : -
관리자님, 안녕하세요. 새로운 기획을 보고 찾아왔는데, 연재를 해도 되는 겁니까.

아래 <까마귀 둥지>란 글이지만..^^

안된다면 지울게요..^^



연재1:

오늘은 12월 30일, 온 하루 전화만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나에게 전화를 안 줍니다. 남방의 바나나나무도, 북방의 차가운 얼음덩이도... 혼자 밥 먹기는 싫고, 가슴이 텁텁한게 다 식은 꼬리꼼탕 같습니다.

한잔 하고 싶은 누구도 안 불러주니 참지 못하고 내가 전화합니다. 핸드폰에 등록된 전화번호를 번지며 술 친구를 찾습니다.

첫번째 전화는... ㅠㅠ

- 오빠, 미안. 나 지금 친구 결혼식에 왔어. 오늘은 안 되겠다. 내일은 꼭 시간을 낼게. 그럼... 빠이빠이.

나 내일이 문제가 아니라 오늘 저녁이 문젠데...ㅠㅠ.. 하지만 그런 말 하면 쪽 팔립니다. 그나 저나 내일은 예약이 되었습니다.

다음은 오늘 저녁을 위해 전화를 합니다.

- 오빠, 미안. 오늘 우리 회사 회식이다. 내일도 약속이 있어. 아마 금년에는 시간이 없을 것 같다. 내년에 다시 보자, 응...ㅋㅋㅋ..

나쁜 기집애, 내년이라니, 콱 범이나 물어가라.

여기 저거 전화 해봤지만 모두 바쁜가 봅니다. 그러고 보니 한가한 놈은 나밖에 없습니다. 회사도 안 다니고, 매일 글만 쓴다며 노랑질만 치고...

다들 열심히 사는데...^^

이 생각, 저 생각 끝에 남방의 바나나 나무에게 전화해 봅니다. 근데, 전화 안 받습니다. 그녀는 왜 전화를 안 받을까. 새로 남자친구가 생긴 거 아닌지...?

나의 바나나 나무가 아니지만 그래도 왠지 기분이 잡치네요. 다시 생각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줍니다.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더 없이 소중한 나무이니..^^

문뜩 그녀가 생각 났습니다.

그녀는 중국아가씨, 잡지사의 기자입니다. 그녀와는 연락이 없은지 반년이 넘습니다. 반년동안 바보처럼 핸드폰을, 한번도 아니고 세번이나 잃어먹다니 그녀의 핸드폰 번호도 같은 운명입니다.

혹시나 해서 인터넷에 올라가 메일 어드레스를 번져봅니다. 헤헤..찾았습니다.

- 안녕, 나 도리다. 오랫만이야...

- 야, 이 바보야. 너 죽었니. 왜 이재 전화야. 너 대체 뭘 하고 있은거야. 내가 너와 어쩌더냐. 왜 내 전화 안 받아. 반년동안 어디 가 숨어있었어.

귀가 째질 것 같습니다. 사실 각오는 했습니다만 이러고 보니 각오이상입니다.

- 미안, 나 북경에 없었어. 외지에 가 있었어. 반년동안 고향에 가 글 쓰고 왔다. 오늘 금방 돌아왔다. 정말이야.

-그래도 나에게 전화 한통 하면 안되나. 너 또 나와 거짓말 하는거지. 이젠 너를 못 믿겠다. 너 생긴 얼굴과 많이 다르다. 말수 적고 어진 것 같지만 반대인 것 같다. 너네 집에 얼마나 전화했는지 알아. 집에 있으면서 나의 전화 안 받은 건 아니지.

- 아니야. 나 정말 고향 갔다 왔다. 장편소설 하나 쓰고 왔어. 한달 후면 책이 나온다. 먼저 한국에서 출판할 생각이야. 다음은 중국에서...

- 하여튼 목소리 들으니 반갑다. 니가 뭘 하고 있는지 궁금했어. 정말, 너 잡지사 편집하고 싶은 생각 없어? 내가 아는 잡지사인데 사람 필요해. 너 같으면 아무 문제도 없을거야.

- 미안하지만...

- 싫으면 그만 둬. 정말, 여자친구 소개해줄까. 나의 친구야. 너무 예쁘다. 금방 실련했거든. 지금 남자 친구 찾고 있는 중이야. 생각없어?

- 고맙지만, 왜 실련한 여자를 나에게 소개하지. 나보고 위안해주라구. 나 그럴 여유가 없는데. 진짜 예쁘다면 모르겠지만...ㅋㅋㅋ

- 진짜 예뻐, 거짓말이 아니야. 소개해줄까.

- 지금은 안돼. 내년에 시간 나면 보자. 나 요즘 너무 바쁘다. 별 거 한것도 없는데 뭐가 이렇게 바쁜지.

- 너 술 먹는 일이 바쁜 거지. 참 팔자도 좋다.

나는 그녀와 기끈 헛소리 치고는 내년에 같이 밥 먹기로 약속했습니다. 금년에는 그녀와 먹고 싶은 생각이 없었거든요..^^

북경기지배들 성격 하나 괄괄해서 좋습니다. 인물 체격 또 못한가. 절말 민족란에 '조선'이란 두 글자만 있어도 금방 그녀에게로 달려갔을텐데..^^

내일 모레가 설이니 고향의 부모님들에게도 전화 해야겠는데, 왠지 싫습니다.

정말 싫습니다. 아버지는 괜찮은데, 어머니가 너무 질깁니다. 나에게 우리 집 둘째며느리를 소개해준다며 야단입니다. 전화만 하면 그 소리니 참...ㅠㅠ

언젠가는 우편으로 사진을 열 두장이나 보내왔습니다.

사진에 정말 나의 이상형이라도 있었다면 반가운 일이지만, 문제는 우리 어머니 여자 보는 눈은 나와 완전히 다르다는 겁니다. 보내온 사진을 보고 그만 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제작 좋아하는 스타일은 일본말로 말하면 '가와이이'입니다. 즉 고양이같은 그런 스타일인데, 우리 어머니가 좋아하는 며느리감은 복숭아처럼 생긴 풍더분한 여자입니다. 손자 보고 싶은 그 마음 알수 있지만, 그래도 제자식 체중에 맞게 찾아야 되는거 아닙니까. 우리 어머니도 이젠 좀 오망을 쓰는 것 같습니다.

용기를 내여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 어머니 둘째임다. 설 어떻게 쇱니까. 이번 설에 삼촌이랑 고모랑 온답니까?

- 못 온단다. 삼촌이랑 고모네들도 자식들이 가정을 일궜으니 이젠 제집에서 설 쇨거 아니냐. 그런데, 넌 언제 오는 거냐? 혼자 오는 거냐, 둘이 오는 거냐?

- 음... 혼자.

- 왜 서방 안 가고 지랄이야. 그 잘난 글을 그만 스고 빨리 서방가.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냐. 공부도 서방 잘 가라고 시킨 거 아니냐. 이럴 줄 알았으면 꿍꿍 농사일이나 시켜 일찍이 서방 보낼 거 그랬구나.

- 어머니, 금심 마세요. 때가 되면 어련히 가지 않을려구요. 누구보다도 더 멋지게 갈 겁니다.

- 매일 하는 소리가 그 소리니, 북경에 여자가 없으면 엄마가 연길에서 찾아볼까. 중매가 많이 들어온다. 박사도 있고, 석사도 있고, 의사도, 호사도 있다.

- 필요 없어요. 나 절로 찾을 거예요.

- 소개하는 건 하나도 마음에 안 들어하고, 왜 서방 안 가고 자꾸만 지랄이냐.

- 근심 마시란데두요. 여기 북경에 나를 따르는 처녀들이 얼마나 많은지 압니까. 어머니가 필요하다면야 이번 설에 하나 골라 데리고 가겠습니다. 어머니, 거짓말이 아닙니다. 제일 멋진 며느리감 하나 델구 갈겁니다.

- 너의 말 못 믿겠다. 언제는 일본에서 곱살한 일본여자 데리고 와서 여자친구라고 하더니, 알고보니 술집 아가씨였잖아. 너 나쁜 놈, 또 그 짓 할려구.

- 어머니두 참, 그런 거는 젊었을 때 어쩌다 한번이지, 이 나이에 부끄러워 어떻게 다시 그런 짓 합니까. 이번에는 정말입니다. 그런데, 어머님의 요구는 어떻습니까. 괜히 델구 가서 어머님의 요구에 안 맞으면 큰일이 아니겠습니까.

- 요구야 뭘, 네가 좋으면 되지. 하여튼 먼저 데려오나.

- 알겠습니다.

- 이번에는 진짜겠지, 믿어도 되지.

- 넵.

말은 쉬웠지만, 수화기를 놓자마자 난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릅니다. 캘린더를 보니 음력설까지 한달밖에 안 남았습니다. 한달 동안 어디 가서 엄마 며느리감 얻어오지.

어머니의 기대에 찬 모습이 눈앞에 떠오릅니다.

절망 속에서 또 한번 장난 쳐볼까, 하고 생각도 해봤지만, 이번만은 그만 두기로 했습니다. 잘못 장난쳤다간 큰일 납니다. 옛날과 달리 어머니도 이젠 젊지 않습니다. 심장이 견뎌내지 못할 거 뻔합니다.

침대 위에 누워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생각하고 생각하던 끝에 큰 결심을 내렸습니다. 한달내로 어머니의 며느리감을 하나 구하기로 말입니다. 이번 기회에 콱 종신대사를 해결해 치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사실 이젠 혼자 사는 것도 재미가 적습니다. 내가 어디가 못나서 여자없이 혼자 살아야 합니까. 참내르...^^

거울 앞에 차렷하고 서서, 주먹을 들고 맹세를 합니다. 마치 병역을 떠나는 대한민국 열혈남아가 마지막으로 어머니에게 하는 장엄한 경례 같습니다.

- 충~성... 나는 지금부터 한달동안 열심히 여자를 꼬시겠습니다. 어머니, 아무 근심도 마시고 딱 한달만 기다려 주십시오. 한달 내에 못 찾으면 손에 장을 지지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녁만은 그렇게 마시고 싶은 술 생각도 다 잊고 캘린더를 번지며 작전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작전이름은... 짜잔~~~~면...^^


<어머니의 며느리감 사냥작전> 입니다.
2005-11-09 20: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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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2005-11-08 19:28:48
그럼 열심히 올리겠습니다..^^

관리자 2005-11-08 00:22:21
물론 대환영입니다. 계속 올려주세요.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