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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윌마와 우리 집
icon 이우호
icon 2005-10-28 06:5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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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윌마와 우리 집

금번 허리케인은 지난 번 카트리나 보다 더 심각했습니다. 새벽 7시경 허리케인 아이가 오기 1시간 전 밤잠을 설치며 T.V.를 통해 태풍의 진전상황을 듣던 중 전기가 끊어졌습니다.

날이 밝아 오기에 창너머 부러지는 나무와 90도로 휘어있는 가지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갑자기 집 유리창이 깨지며 강한 회오리 바람과 잡신들이 잔치하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집안을 휘도는 순간,,,,,아차,,, 너무 늦었구나 했지만,,, 잠자는 아이들을 깨워 속옷과 겉옷 하나씩 그리고 수건 몇 장을 집어 들고 링컨 타운카를 타도록 군대식으로 명령했습니다.

시속 100-125마일 풍속과 빗속을 뚫고 5분 거리에 있는 처남 집으로 가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리마다 부러진 나무가 찻길을 막았고... 나무들과 잡스러운 것들이 하늘을 날고 있는데... 마치 차 앞으로 앞 유리를 뚫고 들어오는 것 같았습니다. ....

부러진 나무와 가로수들이 도로를 막고 있어 ss 자 운전을 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제발 도로가 절단되지만 않기를 바랬습니다.... 기도하며.. 더 간절히 기도하며.....나무나 돌덩어리가 차유리를 치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마치 생사를 가름하는 전장 터를 뚫고 나온 후, 차 문을 열자마자 처남 집 뒷문을 향해, 태어나서 제일 빠르게 뛰어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원래 미국은 학교에 늦어도 뛰지 않음... 뛰면 벌칙이 있음) 처남 집에 도착 총알같이 뒷문으로 들어가는 순간... 감사의 기도가 나왔습니다.

우리 5식구가 안전하도록 바로 보름 전 처남이 우리 집 근처 새집으로 이사를 와... 튼튼한 셧터를 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전 11시반까지 시속125마일의 바람이 불고 간간히 벽을 때리는 소리와 강한 바람소리에 모두가 잠을 못잤지만, 촛불을 몇 개 켜놓고 라면을 끓여먹으며 5시간 가량 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집안에서 깨어지는 유리가 나의 팔둑에 약간의 상처를 내어 핏방울이 맺혀있고 유리파편이 머리 속에 떨어져 있는 것도 알게 되어 큰 감사였습니다. 처남집의 기왓장이 수십 장 날라가 버렸고, 정오경 집에 돌아와 보니.. 유리창이 3개, 그리고 지붕타일이 반 정도 날라 가버렸으며.. 군데군데 지붕구멍이 뚫려 있어 방안에서 하늘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도 바쁘게 살아가면서 집안을 돌 볼 시간이 없었는데, 이제 건축가를 불러 새롭게 단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떠 올랐습니다. 전기가 없으니, 냉장고에 있던 갈비와 스테이크를 먹어야만 했습니다. 오후 7시부터 오전 7시까지 통행금지가 있지만, 처남 식구와 함께 녹색으로 변해 버린 실내 수영장 옆에서 바베큐를 만들어 백세주와 함께 마시며 밤새 담화를 나누었습니다.

모기가 없는 선선한 가을 밤, 밝은 빛을 발하며 밤하늘을 수놓은 북두칠성과 별들을 보면서 모국에 계신 그리운 아버님과 형제들을 생각했습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지금껏 살아오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동 먹을 것"만 있었습니다.

마이아미에서... 이우호
2005-10-28 06:5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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