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우리는 누구인가요
icon 장동만
icon 2005-10-22 00:3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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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닌데~

“우리들은 누구 입니까”

주로 이민 1세대 (미국 시민권자)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미국인 입니까?”
미국 국적 미국 여권을 갖고 있고, 미국민의 권리와 의무 즉 선거권을 행사하고 납세 의무를 다하면서 미국 땅에서 살고 있으니, 분명 당신은 미국인 입니다.

다시, “당신은 한국인 입니까?”
매일 한국(어) 신문을 받아 보고, 수시로 한국 방송/TV를 듣고 보고, 집에서 주로 한국 말을 쓰고, 한국 음식을 먹고, 일요일엔 한국 교회에 나가 한국말 설교를 듣고, 한국 사람들과 어울리고, 골프를 쳐도 한국 사람들끼리 썸을 이루고…그러니 당신은 한국인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두 겹 정체성 (dual identity)을 갖고 이 땅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며칠 전 고국 신문이 전한 “2005년 한국인의 정체성”에 관한 여론 조사는 적잖은 충격을 안겨 준다. 즉 진정한 한국인이 되기 위한 첫번 째 조건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해야 한다” 가88%를 차지, “대한민국에서 출생”-82%, “한국인의 혈통”-81%, “평생 대한민국에서 거주”-65%, 이를 훨씬 앞선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을 한민족으로 본다”가 28%인 반면, “한국 국적을 포기한 한국인을 한민족으로 본다”는 겨우 9%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고국 사람들 90% 이상이 우리들을 ‘진정한 한국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물론 우리가 이 땅에서 밥 먹고 사는데, 고국 사람들이 우리를 같은 한민족으로 보건 말건 빅딜은 아니다. 하나,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을, 외국 국적을 취득한 한국인보다 더욱 가까운 한민족으로 생각한다니, “피는 물보다 짙다”는 말도 이젠 시대 착오적인 옛말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큰 서운함과 함께 실망을 금할 수가 없다. 그리고 새삼 “그러면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가 갈 길은 어디인가?” 자신을 되돌아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그 몸이 어디에 있건,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자기가 어디에 속한다는 소속감은 심리적으로 큰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땅에서 20년, 30년을 살면서도 “나는 한국 사람” 의식을 탈피, “나는 미국 사람”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 것인가. 그리해서 많은 사람들은 그 귀속감이 미국 보단 한국 쪽에 더 기울게 되는데, 이제 고국 사람들 대부분이 “너희들은 한민족도, 한국인도 아니다” 하니, 마치 형제 자매들로부터 “너는 나와 무관한 사람…” 하는 선언을 듣는듯 묘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여기서, 우리가 이땅에서 하루 하루 사는 모습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보자.
주로 한국말을 쓰고, 한국 사람끼리 어울리고, 한국 식당 한국 교회를 가고…
심지어 봉사 활동을 해도 한인단체를 찾게 된다. 이 곳 뉴스보다 한국 뉴스에 더 귀를 기울이고, 한국서 일어나는 일이 이 곳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더 몸 가까이 느껴져 거기에 일희일비, 비분강개하고…미국 땅에 발만 붙였을뿐, 한국에서 사회 생활을 하는 바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이런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을 이제 고국 사람들은 “너희는 한민족이 아니다” 라고 한다. 그 말에 새삼 절감되는,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우리의 어정쩡한 위치, 이 땅에서 비록 의식주는 편안하다 해도 정신적으로 우리들이 갈 길은 어디인가? 민족을 넘어, 국적을 넘어, 지구촌 온 인류와 더불어 삶을 함께 하는 세계인 (cosmopolitan)으로서의 의식을 더욱 굳혀야 되겠다는 생각이다.

참고로, 고국 젊은이들이 미국 교포들을 어떻게 보는지, 미셸위에 대한 네티즌들의 댓글을 몇 편 인용한다.
“쟤 부모들 한국 싫어서 다 미국가서 사는 매국노 딸인데 먼 응원이야?”
“뭐, 그리 야단이야. 위는 분명히 미국인이고 한국 사람이 아닌데…위는 절대로 한국에 와서 살 여자가 아니니까…”
“위가 대단하다는 것은 알지만 결국은 미국 여자다…우리(나라)완 아무 상관없다”

<장동만: e-랜서 칼럼니스트> <중앙일보 (뉴욕판) 10/20/05 일자>

http://kr.blog.yahoo.com/dongman1936
저서: ‘조국이여 하늘이여” & “아, 멋진 새 한국”
2005-10-22 00:35:45
141.150.1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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